김씨는 우연히 이 PD의 4주기 추모식을 찾은 아들 친구들에게서 그 말에 담긴 속뜻을 들었다. 이 PD가 생전에 즐겨 쓰던 ‘연대의 두근거림으로, 빛나는’의 앞글자를 딴 말이었다.
김씨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빛이가 평소 혼자 고립돼선 안 된다며 연대를 강조해 왔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어디든 찾아가서 빛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 유족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도 먼저 다가갔다. 김씨는 “2년 전 참사 직후 마련된 서울 녹사평역 분향소에 갔는데, 영정사진으로 쓰인 젊은이들의 스냅사진을 보며 28살에 삶을 멈춘 한빛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김씨는 매주 두 차례 일을 보러 서울로 올 때마다 참사 분향소에 들렀다고 한다. 자주 가다 보니 유족 가운데 김씨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고, 김씨는 그 인연으로 참사 생존자·유가족 구술집 출판 과정에서 기록단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한빛이 죽음 이후 내가 계속 고립을 택했다면 나는 폐인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누군가는 내게 오지랖이 넓다고 하지만, 나로 인해 다른 참사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참사의 아픔을 잊고 유족이 다시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참사를 겪은 누구나 함께 모여 자조 모임을 할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는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을 겪고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유족의 마음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참사 유족뿐”이라며 “스스로 죄인이 된 것처럼 위축되고 고립의 길을 택하는 유족을 다시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이런 모임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용현 기자, 사진=윤웅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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