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9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고 당시 급발진은 없었고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가 났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20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차모(68)씨를 구속 기소했다.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26분쯤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해 9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차씨는 사고 후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가속페달 오조작 사고인 점이 명확하게 규명됐다”고 밝혔다.
차씨는 호텔 지하주차장 내부에서부터 상당 구간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차량 전자장치(AVN)에 저장된 위치정보와 속도를 확인한 결과 차씨 차량은 주차장을 나와 역주행을 시작할 무렵 속도가 급등했다. 차씨 차량 사고기록장치(EDR)에 따르면 제동장치는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시점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검찰은 AVN 정보가 EDR 기록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차씨 신발 바닥에 남은 흔적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생긴 패턴과 일치한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검찰은 ‘사고 당시 제동장치가 딱딱하게 굳어 작동되지 않았고 제동등도 점등되지 않았다’는 차씨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씨 차량으로 실험한 결과, 제동장치가 굳는 진공 배력장치 미작동 상황에서 살짝만 페달을 밟아도 제동등이 점등됐고 일정한 힘을 가하면 제동이 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사고 영상 등에 따르면 차씨 차량은 역주행 중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다.
검찰은 다수 생명침해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차씨 범행에 대한 법정형 상한은 금고 5년이며, 경합범 가중을 해도 7년6개월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중처벌 조항이 도입되면 국민 법감정에 맞는 처벌이 가능해지고, 국민의 생명·신체·안전 등 기본권이 더 철저히 보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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