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가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집단해고된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5년 문자메시지로 해고된 근로자들이 투쟁에 나선 지 9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해고 근로자 23명이 일본 다국적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ACG화인테크노(화인테크노)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이 실질적으로 화인테크노에서 업무 관련 지휘·감독을 받았기에 화인테크노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인테크노는 2015년 6월 하청업체인 GTS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GTS는 산하 공장에서 휴대전화·TV 액정용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178명을 문자 한 통으로 일괄 해고했다. 해고 근로자 중 23명은 원청업체의 근로자임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 모두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GTS 소속 현장관리자들은 화인테크노 관리자의 업무 지시를 단순히 전달했고, 근로자들은 화인테크노에 업무상 종속돼 근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진 것이므로 화인테크노가 원고 근로자들을 직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파견근로 관계를 인정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9년의 싸움, 우리가 옳았다”고 환영했다.
화인테크노 집단해고 사태로 불거진 다른 사건 2건도 이날 함께 결론이 났다. 같은 재판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GTS 법인과 대표, 화인테크노 법인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불법으로 파견근로자를 쓴 혐의도 유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화인테크노가 노조활동 개입 목적으로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재판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도급계약 축소 계획은 노조 결성 시점보다 먼저 있었고, 계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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