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해 22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1주년을 맞았지만 피해 구제는 여전히 더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정대는 2일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이 주도한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이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 매입 가격을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취지에서다.
당정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전세사기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자의 보증금을 직접 보전하는 것은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다른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고, 최우선변제금이 지역별로 달라 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이미 발표한 대로 LH가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피해 주택을 낙찰받고,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원하는 기간 만큼 싼값에 장기 거주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되돌려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사각지대인 위반건축물, 다가구주택, 신탁사기 피해자들까지 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정부안도 홍보키로 했다.
당정의 이 같은 보완 대책에도 특별법의 실효성 논란을 쉽게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출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책에 따르면 앞으로 피해자들은 임대차 계약 종료 전에도 기존 전세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피해자 전용 정책대출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은행 일선 현장과는 맞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게 피해자들의 전언이다.
기존 특별법의 저조한 지원 실적도 문제로 꼽힌다. 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피해주택은 지금까지 단 1건에 그친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때 이를 유예 조치하느라 매입절차가 개시되지 않아 건수가 적었다고 해명한다. LH가 지난달까지 피해주택 매입이 가능하다고 본 주택은 118가구로, 전체 신청 건수(714건)의 16%에 그친다. 피해자들이 우선매수권을 넘기려 해도 10가구 중 1가구 정도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당정은 관계 전문가, 피해자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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