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합친 ‘삼성 초기업 노조’가 19일 정식 출범했다. 조합원 규모만 약 1만6000명에 이른다. 노조는 삼성전자 임금인상률을 계열사 임금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적용했던 관행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계열사가 추가로 합류할 경우 노조의 교섭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초기업 노조는 이날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출범식을 열고 4개 계열사 통합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6100명),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4100명), 삼성화재해상보험 리본노조(34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2200명)가 참여한다. 전체 조합원 수는 1만5800여명이다. 합류 의사를 밝힌 삼성전기 존중노조(2100명)까지 포함하면 1만7900명으로 늘어난다.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1만7743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 계열사 노조가 연대 형식이 아닌 통합 노조를 설립하는 건 처음이다. 통합 노조에서는 계열사별 노조가 지부가 되고 각 노조위원장이 지부장이 된다. 단체협약 체결 권한은 통합 노조 집행부에 부여된다.
이들은 삼성전자 임금인상률이 다른 계열사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쓰이는 관행에서 탈피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동안 각 계열사는 삼성전자의 그림자 아래 최대 실적을 달성해도 그에 걸맞은 이익 배분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의 임금협상은 임금인상률에 계열사 실정이 반영되지 않고 가이드라인의 통제를 받아왔다”며 “공식적으로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말했다.
열린노조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낸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5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삼성전자 기준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생노조는 지난 16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사측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초기업 노조에 다른 계열사가 추가될수록 교섭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노조가 미치는 입김이 투자 등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일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측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경영 활동의 역동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초기업 노조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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