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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69시간’ 철회 수순… 노동개혁, 탁상공론으로 안돼


정부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편 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 69시간제’로 널리 알려진 노동시간 유연제는 반대 여론이 많아 노사정에 회부하더라도 정부 원안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다. 주간 단위로 관리하던 근로시간을 월이나 반기 혹은 연 단위로 확대하려던 정부의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개편안을 만들기로 태도를 바꾼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참여를 선언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여론 수렴을 제대로 했더라면 제도 개선이 근로자들의 건강권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노동계의 반발,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8개월 전에 입법예고까지 마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여론 때문이다. 노동부가 지난 3월 개정안 내용을 공개한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MZ노조마저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다양한 형태의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반대가 찬성을 압도했다. 지난 5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어 찬성’이라는 반응이 36%에 불과했고,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비율이 56%로 훨씬 많았다. 이달 8일 한국노총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60.5%로 찬성(36.2%)을 크게 웃돌았다. 노동부가 전국 6000명을 상대로 지난 8월 실시한 뒤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조차 ‘주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다. 나머지 85.5%는 ‘애로사항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한 사업주는 33%에 그쳤다. 정부가 애당초 누구를 위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근로시간 개편을 시도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의 노동 개혁이 탁상공론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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