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18일 서울에서 열린다. NCG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관련 논의에 특화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인 NCG 창설에 합의했다. 다만 북한이 NCG 첫 회의에 반발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 측은 김태효(왼쪽)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 측은 커트 캠벨(오른쪽)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카라 아베크롬비 NSC 국방·군축 정책 조정관이 NCG 첫 회의를 공동 주재한다.
NCG는 한·미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의 핵심으로, 양국이 매년 4차례 정기적으로 열기로 한 협의체다. 양국은 NCG 회의에서 미 전략자산 운용 계획과 관련한 정보 공유, 전략핵잠수함 등의 한반도 전개 확대, 핵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첫 회의 장소로 서울을 택한 것을 두고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미의 강력한 결속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반발 가능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미국 정찰기가 무단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12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한다”며 “아직 징후를 보지는 못했지만 북한이 ICBM 역량 개발을 위해 추가 실험에 나선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전제 조건 없이 마주 앉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 행정부가 들고나온 ‘전제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멈춰 세우기 위한 술책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NCG 회의 소집과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출현 등을 가리켜 “우리 앞의 현실”이라며 “미국은 확장억제 체제를 강화할수록, 군사동맹 체제를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테이블)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 주권을 침해하고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를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북한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라고 위협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워싱턴 선언’이 나오자마자 매우 비판적인 담화를 냈고, 이후 6번이나 비난을 쏟아냈다”며 “이는 NCG가 대북억제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이 국가 주권을 위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지만, 미 전략자산 전개와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불안 심리가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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