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캐롯이 플레이오프 6강 문턱을 극적으로 넘어서 4강으로 향했다. 자금난과 임금 체불 등 숱한 난관을 거쳤지만 오히려 개개인의 기량과 팀워크 모두 한층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정규리그 5위 캐롯은 10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4위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2~2023시즌 6강 플레이오프 5번째 맞대결에서 77대 71로 승리했다. 디드릭 로슨과 이정현이 팀 득점의 70%인 54점을 합작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한 캐롯은 현대모비스를 제치고 오는 13일 정규시즌 1위 안양 KGC인삼공사와 4강 1차전을 치르게 됐다.
플레이오프를 맞은 양 팀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1차전을 현대모비스가 15점 차 완승으로 잡아낼 때만 해도 캐롯의 진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캐롯은 오뚜기처럼 거듭 일어났다. 2차전에선 이정현이 34득점을 폭발시키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고, 현대모비스에 3차전을 내준 후 4차전에선 로슨이 17리바운드 투혼으로 승부를 끝까지 끌고 갔다.
운명의 5차전 역시 이 둘이 ‘하드 캐리’했다. 로슨은 두 경기 연속으로 30개 넘는 득점과 10개 넘는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정현·전성현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에 균열을 냈고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 돌파면 돌파, 외곽이면 외곽 가리지 않고 24득점을 올린 이정현의 폭발력도 돋보였다. 수비에서도 넓은 시야와 빠른 움직임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의 공격을 수차례 차단하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2쿼터 들어 승기를 내줬던 현대모비스는 막판 추격의 고삐를 좼다. 서명진이 연거푸 3점을 터뜨렸고 기어이 4쿼터 한때 승부를 뒤집었다. 양 팀 모두 체력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캐롯의 집중력이 현대모비스보다 한 수 위였다. 1점 차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경기 내내 림을 외면하던 전성현의 3점슛이 그물을 갈랐고, 이는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됐다.
승장 인터뷰에 나선 김승기 감독의 목은 메어 왔다. “정말 너무 어려웠는데 선수들이 해냈다”고 말한 그는 “제가 어떤 칭찬을 해도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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