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비게 된 청와대가 미술관으로 바뀐다. 본관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영빈관은 근현대 미술품 전시장으로 재구성한다. 녹지원 등 야외공간은 조각공원으로 조성한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청와대 활용 방안을 포함한 5대 핵심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청와대 활용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사회적 토론 과정 없이 졸속으로 안이 마련됐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문체부의 구상은 역대 대통령들의 자취, 600점이 넘는 미술품, 5만여 그루 수목, 문화재 등 청와대가 가진 뛰어난 콘텐츠를 건축물, 야외 공간과 결합해 국내 최고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등을 참고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본관과 관저는 원형을 보존해 관리하되 예술작품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본관 1층 로비와 세종실 충무실 인왕실은 상설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관저는 본채 거실과 별채 식당에 미술품이 설치된다. 본관 앞 대정원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는 공연예술 무대가 된다.
영빈관은 고품격 근현대 미술품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영빈관은 동서양 요소가 혼합된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의 건축물로 내부 홀은 496㎡ 면적에 10m의 층고를 가져 고품격 전시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이곳에선 청와대 소장품 기획전을 비롯해 ‘이건희 컬렉션’ 등 국내외 최고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녹지원 등 청와대 야외공간은 조각공원으로 조성한다. 기자들의 공간이었던 춘추관은 시민 소통공간으로 바뀌며 2층 브리핑실은 민간에 대관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본관과 관저, 옛 본관 터를 중심으로 ‘대통령 역사문화공간’도 조성한다. 이를 위해 역대 대통령 유가족과 대통령학 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꾸린다. 1939년 조선총독 관저로 세워졌다가 93년 철거된 옛 본관의 모형 복원도 추진한다. 박 장관은 전날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개방 1단계에선 문화재청과 청와대 관리비서관실이 함께했지만, 살아 숨 쉬는 청와대로 만드는 2단계는 문체부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훼손 우려에 대해선 “본관이나 영빈관의 건축물 원형이 손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청와대가 국민의 복합예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체부 방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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