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문명의 뿌리, 오리엔트-중동의 제국들 속으로

Է:2022-06-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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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인류본사
이희수 지음
휴머니스트, 704쪽, 3만9000원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본 1만2000년 인류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고대사부터 1만2000년의 인류 역사를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꿰어낸 기획이다. 오리엔트-중동의 통사라는 점에서 그동안 없었던 책이고, 서양사 중심의 세계사 인식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야심 찬 책이다. 중동 역사와 이슬람 문화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희수(69)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의 역작이다.

‘인류본사’라는 제목은 도발적이다. 저자는 “인류가 최초의 문명을 일군 역사의 산실은 지금의 터키반도인 아나톨리아와 그 남쪽에 자리한 메소포타미아”라며 “인류문명의 모태에서 출발해 인류역사의 본류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인류본사”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나톨리아반도를 중심으로 한 오리엔트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기반으로 한 중동을 인류문명의 모태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본류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서양이나 동양 대신 ‘중양’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중양의 핵을 이루는 아나톨리아아와 메소포타미아는 고대의 문명전파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다. 1만2000년간 세계 역사를 주도한, 강대한 제국과 왕국들이 존재했고 찬란한 문명을 창조했으며 동·서양을 연결하고 융합했다.

책은 1만2000년 전에 만들어진 신전도시 괴베클리 테페에서 시작해 1922년 오스만 제국의 종말까지 오리엔트-극동 지역 15개 제국과 왕국을 시간순으로 조명한다. 페르시아, 오스만, 무굴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생소한 이름이다

. 히타이트는 아나톨리아평원에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철기문명을 꽃피운 500년 대제국이었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이란의 역사와 문화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400년 제국이었다. 압바스는 천년 이슬람 제국의 중심 국가로 500년 이상 이슬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티무르는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전성기에 중앙아시아 전역과 이란 이라크 아나톨리아반도 동부를 석권한 제국이었다.

책은 오리엔트-중동의 제국과 문명이 종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여주는 한편 횡적으로 세계사와 어떻게 교섭하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그리스-로마 문명을 오리엔트에서 뻗어 나간 줄기문명으로 본다. 중국은 물론 한반도에도 이들의 문명이 전파됐다고 주장한다. 아랍에 패해 중국으로 망명한 페르시아 왕실 사람들이 신라의 화랑들에게 신무기 기술을 전해주고 폴로 경기(격구)를 가르쳤다는 것이다. 유럽의 르네상스나 조선 세종시대의 이례적 문화부흥도 당시 세계를 주도하던 이슬람 문명의 접촉을 생각하지 않고는 그 지적 원동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중동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고 세계사를 읽어나가는 일은 서양사의 오리엔탈리즘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저자는 “오스만 제국은 20세기까지 존속한 인류역사상 최대의 제국”이라며 “오스만 제국은 중세-근대-현대사를 거쳐오면서 유럽과는 줄곧 적대적 이해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왜곡되고 평가절하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정복 이후 중동 지역에 퍼진 그리스적 문화 요소를 뜻하는 헬레니즘에 대해서도 “위대한 그리스 문화를 이식하여 오리엔트를 변화시켰다는 주장은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오만함에서 비롯된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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