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고된 전세대란… 부동산 시장 왜곡 서둘러 바로잡아야

주택 전세시장에 예고된 대란의 시간이 다가왔다. 2년 전 문재인정부가 임대차 3법을 시행할 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의 2+2년 거주기간이 8월부터 속속 만료된다. 그사이 전셋값은 수직 상승했다. 현재 서울의 시세는 갱신권을 사용해 유지한 4년 전 전셋값보다 보통 몇억원씩 올랐고 인기 지역은 10억원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 갱신권을 이미 써버린 세입자들은 이런 상승폭만큼 올려주거나 집을 비워야 한다. 새로 살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비슷한 동네는 다 그만큼 올라서 기존 전세금 갖고는 거주여건이 한참 떨어지는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새로 세입자를 들이는 집주인들은 한 번 계약하면 4년간 묶이게 되니 미래 상승분을 감안해 높은 전셋값을 부르거나,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 갱신권은 세입자들에게 2년 더 살게 해주는 대신 2년 뒤 먼 동네로 밀려나거나 월세 생활자가 되게 만드는 부메랑이었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갱신권 제도는 문재인정부의 여러 부동산 정책 중에서도 특히 극심한 시장 왜곡을 불렀다. 같은 아파트단지 같은 평형에 갱신 가격, 신규 가격, 합의 가격의 세 가지 전셋값이 버젓이 존재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졌다. 갱신권이 사용되는 만큼 시장에서 유통되는 전세매물이 줄어들어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 전셋값은 2+2년이 끝날 때마다 지난 4년간 올리지 못한 것과 앞으로 4년간 올리지 못할 것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계단식 폭등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전월세는 거주할 집이 필요한 이들이 참여하는 100% 실수요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완만한 등락을 거듭하던 그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니 심각한 왜곡이 벌어지며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각종 규제의 세밀한 정비 없이는 부동산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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