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르포] “데려다준 남편 다시 돌아가” 우크라 아내 눈물

Է:2022-03-11 04:05
:2022-03-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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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국경 난민캠프 르포
루마니아로 탈출 난민 50만여명
국경서 구호활동 김병범 선교사
“피란 전 폭격 굉음 지금도 공포”

우크라이나 국경을 통과해 루마니아에 도착한 피난민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체아바(루마니아)=서윤경 기자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주(州) 주도인 수체아바시에선 AA나 BH 등으로 시작되는 차량 번호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AA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BH는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가리킨다. 이 차량들은 수체아바시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시레트 국경을 넘어 루마니아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피란민 차량이다.

수체아바시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는 김병범 선교사를 9일(현지시간) 시레트 국경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2㎞ 떨어진 시레트 국경을 통해 루마니아로 들어왔다. 현재 국경 출입을 허용하는 차량은 구호물품을 싣고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차량, 피란민들을 태워 도시나 다른 국가로 갈 버스, 구급차 그리고 경찰차뿐이다. 김 선교사도 전날 밀가루 통조림 등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을 들여보냈다. 대신 NGO 기독교단체 등이 피란민에게 따뜻한 차와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도로 양옆에 줄지어 텐트를 설치했다.

경찰이 국경 검문소까지 200여m를 앞두고 차량 진입을 통제한 탓에 함께 걸어 들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김 선교사는 “일주일 전 이곳을 나올 때를 잊을 수 없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우크라이나 국적의 아내, 두 딸은 러시아 침공 하루 뒤인 지난달 25일 키이우를 빠져나왔다. 그날 새벽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다고 한다. 김 선교사는 “보리스필 국제공항과 무기고가 폭격을 맞으며 난 소리다. 그때 공포 때문인지 지금도 아내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며 피란 행렬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피란길은 험난했다. 피란 차량이 몰려 시속 15㎞ 이하로 달렸다. 평상시 시레트 국경까지 차로 7~8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나흘 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루마니아 피난민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시레트 국경을 통해 넘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은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16세 이상 60세 이하 우크라이나 남자들은 정부가 출국을 막아 피란 행렬에 없었다. 노인 여성 아이 등 대다수 피란민들은 남편, 남동생, 아들 그리고 아버지를 우크라이나에 남겨둔 채 왔다.

국경 검문소 앞 텐트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피란민 타냐(57)씨는 3살 손녀와 함께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작은 캐리어 하나가 갖고 온 짐의 전부다. 타냐씨는 “키이우 인근에 사는데 미사일이 떨어지는 걸 보고 무서운 마음이 들어 간단한 물건만 챙겨 딸, 손녀와 함께 빠져나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국경까지 어떻게 왔는지 묻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타냐씨는 “남편이 우리를 국경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돌아갔다”며 눈물을 훔쳤다.

수체아바(루마니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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