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열풍이 한국 드라마와 음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신들은 K팝에 빠진 세계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있다며 ‘K콘텐츠의 르네상스’가 왔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 ABC뉴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K팝과 마찬가지로 한국 TV 프로그램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동영상 플랫폼에 한국 드라마에 들어가는 영어 자막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동영상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어 자막을 만들고 있는 캐롤 홀러데이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지만 200편 이상의 자막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그는 이미 영어로 일부 번역된 자막들의 문법을 수정하고 단어의 배열이나 철자 등을 점검한다. 홀러데이는 “보통 한 사람이 드라마 한 회의 자막을 모두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은퇴한 변호사 코니 메러디스는 한국어 번역을 더 잘 하기 위해 하와이대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다. 메러디스는 “한국어와 영어의 문법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번역이 어렵다”면서 “10분 분량을 번역하려면 두 시간이 걸린다”고 얘기했다.
K콘텐츠의 부흥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활성화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드라마 스트리밍은 전년보다 네 배 가량 늘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는 30개국 언어로 자막이 제공되거나 더빙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K콘텐츠 제작에 55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OTT와 더불어 K콘텐츠 바람을 불러온 요인으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이 꼽힌다. 경제지 포브스에서 한국 미디어를 담당하는 저널리스트 조앤 맥도널드는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지도는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지난해 내게 연락해온 사람의 절반은 ‘요즘 추천할 만한 한국 드라마를 알려달라’고 했다”면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K팝과 관련돼 있다”고 짚었다.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는 ‘웰메이드 콘텐츠’로 정평이 나 있다. 제작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스토리라인이 잘 짜여져 있으며, 배우들이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유명 패션잡지 엘르에는 ‘몰아보기 좋은 한국 드라마 10편’ 같은 기사가 실린다. 이 기사는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추천했다.
엘르는 “한국은 세계적인 매력으로 대중 음악과 TV 드라마, 뷰티,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조용히 할리우드의 최대 경쟁 상대가 됐다”면서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중단되고 많은 사람들이 국경 없는 즐길거리에 마음을 의지했다. 하지만 한국만큼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선 한국 음식 인기도 대단하다. 아시아 출신 스타들이 SNS를 통해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도 하고, ‘기생충’이나 ‘미나리’ 같은 영화에 나오는 한국 음식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OTT에선 한국에서 만들어진 ‘먹방’이 끊임없이 스트리밍된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뜨거운 물을 넣고 휘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는 코로나19로 집 안에 갇혀 있는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엘르는 “지난해 기준 미국은 한국 음식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라면서 “먹방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이들은 곧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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