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캠프 출신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 자신의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지방의원들의 선거공보물 제작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박 후보자와 특정 업체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회 과정에서의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박 후보자 캠프 출신 김모씨가 대표인 대전 유성구의 A업체는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재보궐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 기초·광역의원 후보 9명의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후보자 지역구인 대전 서을 광역의원 2명과 서을 기초의원 5명, 비례대표 광역의원 2명이다.
A업체 대표 김씨는 박 후보자가 대전 서을 출마를 준비하던 2007년 상반기 보궐선거 당시 캠프에서 홍보팀장으로 활동했다. 또 민주당 대전 서을 상무위원을 지냈고, 2016년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 대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멤버였다.
A업체와 계약했던 전직 지방의원은 10일 “박 후보자 선거를 도와주던 사람이 주도해 A업체와 계약했다”며 “대표인 김씨와는 얼굴 한번 정도 본 사이”라고 말했다. 2018년 6월 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으로 당선됐던 김소연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김씨를 직접 소개해줘서 선거공보물을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지방의원들이 당시 A업체와 계약한 것은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자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박 후보자 측근들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받았다고 같은 해 9월 폭로했다. 박 후보자 측근 2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유죄가 확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A업체는 박 후보자의 20, 21대 총선 선거공보물을 모두 제작했다. A업체는 박 후보자가 20대 의원일 때 의정보고서 발간을 명목으로 두 차례 각각 1300만원짜리 용역을 맡았고, 박 후보자의 책도 출판했다.
정치인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남편이 근무한 업체에 선거공보물을 맡긴 사실이 드러나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에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라며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박 후보자가 A업체 수주에)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A업체 대표 김씨도 “박 후보자가 김 변호사를 소개해준 건 맞다”면서도 “박 후보자를 통해 특혜를 누렸다는 건 억지다. 선거가 급하다보니 여러 후보들 것을 맡게 됐던 것뿐”이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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