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를 열흘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본격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주당은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여야의 격한 대치로 아직 법안소위에 머무르며 공전 중이다. 민주당은 ‘입법 독주’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최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도 12월 9일 정기국회 마지막날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1시간30여분 만에 대공수사권 이관(3년 유예)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의 표현으로 표결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대로면 국내 정보를 독점한 경찰이 권한을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민주당 소속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의결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법안소위를 7차례 열어 여러 가지 내용에 대해 수정하고 합의했다”며 “경찰이 대공수사권까지 가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경찰청법 개정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에서 반대 피켓을 들고 있던 하태경 의원은 “제5공화국 치안본부로의 회귀”라며 반발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출신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국가안보에 꼭 필요한 대공수사 시스템을 무너뜨린 대표적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에서의 총력 저지를 예고했다.
법사위는 지난 26일 법안1소위 심사를 마지막으로 공수처법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이날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비쟁점 타 상임위 법안 심사만 진행했다. 당초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여러 돌발 변수를 고려, 마지막 본회의인 9일 처리로 목표를 수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 이후로 국민의힘의 대여 압박 수위가 높아진데다 민주당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국민의힘 간사 교체 발언까지 겹쳐 법사위는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더해 민주당 법사위원이 윤 총장 사퇴 여론을 만들기 위해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계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도읍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모 여당 법사위원이 26일 저녁 원내대표 행정실에서 통화하며 ‘현역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 어렵다면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라도 들고 일어나줘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전주혜 의원도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당 법사위원이 이러한 말을 했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사위로 사보임돼 논란이 일었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서 작성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사보임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장실 측은 “각 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관행”이라며 “김진애 원내대표가 자가격리로 법사위 참석이 어려운 점, 다른 법사위원들도 고소·고발돼 있어 형평성 등을 고심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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