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크게 오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됐지만 주택시장에 흘러나오는 종부세 회피 매물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신규 부과 대상자 중 일부가 눈앞에 다가온 세금 부담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주택 보유 여력이 있는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여전히 세금 부담보다 주택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주택시장은 전날부터 발송되기 시작한 종부세 고지서의 영향을 가늠하느라 분주했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오른 데다 공정시장가액도 상향 조정돼 종부세 부과액이 크게 올랐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가구도 대폭 늘었다. 종부세 부과액 증가 추세는 지난 8월 개정된 종부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더 가팔라질 예정이다.
고지서를 받은 집주인 중 일부가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주택을 처분하기 시작할 거란 전망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말 버티기 어려운 다주택자들은 내놔야 할 것이고, 고가 아파트 계약이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매물 정리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도 “지역 개발 호재가 쏟아지면 호가 위주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기다리면 오른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틸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는 눈치싸움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종부세 대상자들은 자본이득 증가와 세금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 비교하면서 정부 정책과 힘겨루기를 할 것”이라며 “특히 다주택자들은 세금 부담이 커서 증여나 매도 등의 방법들을 강구할 수 있지만 주택 공급이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종부세 인상과 양도세 중과가 예고됐을 때도 일단 버티기로 일관한 전례가 있다.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이 임박해도 매도 대신 증여를 늘려가면서까지 주택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당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5613건, 7월에도 1만643건에 달할 만큼 치솟는 등 상반기 내내 집값 과열 움직임이 계속됐다.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실제로 투기 열풍은 서울에 이어 경기도 등 수도권 전역으로 퍼졌다.
정부는 증여·취득세를 인상해 ‘버티기’를 차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상태지만 시장이 의도대로 따라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 거래원인별 통계에 따르면 증여·취득세 인상을 앞둔 지난 7월 거래 가운데 증여는 3362건으로 6월 1473건에 비해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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