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해제 논란이 벌어졌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계속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 급등 이후 여권에서 주택 공급 방안의 하나로 거론돼온 그린벨트 해제 검토는 전면 백지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여당에서 중구난방으로 그린벨트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혼선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주례 회동을 하고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협의한 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했다고 국무조정실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또 주택용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키로 했다. 이어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과 정 총리가 그린벨트에 대해 ‘협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문제(그린벨트)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고 해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그린벨트 해제 검토는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문 대통령이 ‘해제 불가’로 검토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당정청 안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쏟아지고, 이런 불협화음이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해제는 없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전부터 여권에서는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 총리는 전날 “그린벨트 해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며 급제동을 걸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 확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여권에서 그동안 금기시됐던 그린벨트 문제에 대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로 결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7일 “그린벨트 해제는 이미 당정 간 의견이 정리됐다”고 말하면서 이런 관측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서울시는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정과 서울시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린벨트 보존’ 결정 뒤엔 정 총리 강력 건의 있었다
▶그린벨트 대타 뭐가 있나… 軍 골프장 등 빈땅 끌어모으는 정부
임성수 손재호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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