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평상시의 의욕적인 행보 그대로였다. 오전 11시 서울시의 그린뉴딜 장기비전을 기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밤에는 시 간부들과 급등한 부동산가격 문제를 놓고 토론까지 벌였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서울경찰청은 전직 서울시청 여직원으로 알려진 성추행 피해자의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변호인과 함께 직접 고소장을 접수한 이 여직원은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박 시장은 갑작스레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시청에 출근하지 않은 박 시장은 오전 10시44분쯤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에서 홀로 나왔다. CCTV에 찍힌 그는 수행비서 없이 나서 인근 공원까지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 검은 바지 차림에 회색 신발을 신고 검은 배낭을 멘 채였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외출하기 직전인 오전 10시40분 출입기자들에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으니 양해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시장은 오후 4시40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의 실종 사실은 딸이 오후 5시17분쯤 112에 신고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딸이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겼다”고 신고해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퍼졌다.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가 포착된 곳 근처에 있는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주변에 2개 중대와 드론, 경찰견 등을 투입해 박 시장의 소재를 수색했다.
서울시는 간부들에게 비상대기 조치를 내리고 긴급 대책회의를 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도 뉴스로 실종 소식을 듣고서야 알게 됐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10일 새벽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다 숙정문 주변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서울시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현직 시장이 숨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가 마무리 짓지 못한 정책 또한 시계 제로에 놓였다.
재작년 국내 첫 ‘3선 서울시장’에 오른 박 시장은 굵직한 정책들을 밀어붙이며 승부수를 던졌다. 현행법이 허용한 마지막 임기를 맞은 그로선 2022년이 결실을 위한 마지노선일 수밖에 없었다. 2011년 보궐선거로 첫 당선된 뒤 10년째 최장수 시장을 지내며 쌓아온 능력과 세력이 자신감의 근거였다. 정책 발표 때마다 늘 대권행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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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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