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 학기 동안 비대면 강의를 받아온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다른 대학들은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등록금 환불이 대학가 전반으로 확대될지는 불확실하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는 총학생회 측과 지난 4월부터 8차례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환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왔다. 이번 주 중으로 등록금을 얼마나 환불할지 최종 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 학기분 등록금을 내고 올해 1학기 수업을 들었던 재학생이 환불 대상이다. 다음 학기 등록금을 일정 수준 깎아주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지난 4월 학교 측에 처음 등록금 환불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강의가 계속 이뤄진 데다 도서관이나 체육관 등 학교 시설 사용도 제한돼 학습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이 중간고사가 본격 시작된 지난달부터 온라인 시험 공정성 시비에 시달렸다. 일부 대학에선 학생 간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학교 측의 허술한 학사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대학들은 아직 등록금 환불에 신중한 모습이다. 각 대학 측은 코로나19에 대비한 방역 관리나 비대면 강의를 위한 설비를 갖추는 데 이미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새 학기 시작 한 달 전 열리는데 건국대 사례만 보고 벌써부터 어떤 논의가 오갈지 예측하기는 섣부르다”면서 “몇 년째 등록금 동결을 고수한 대학가에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환불로 교내 근로학생이나 장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사립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부생들의 등록금 환불에 따른 재정 악화가 학교 측의 고용 축소를 정당화할까봐 걱정된다”며 “대학원생의 경우 수업 조교나 연구실 조교에 지원해 학교에서 인건비를 받고 생활하는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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