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까지 입국 제한 거론, 비상한 외교전 펼쳐야

한국인 및 한국 여행자들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전 세계로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가능성을 내비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여행 또는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지를 묻는 질문에 “적절한 때에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에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여행 재고)로 상향했다.

미국은 이미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 입국을 금지시켰고, 여행경보도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를 발령한 상태다. 향후 한국 내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경우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강대국이자 내수 시장이 큰 중국과 달리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으로선 잠시라도 교류가 제한되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울러 군사·외교적으로도 불안 요인이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한 조치를 다른 나라들이 그대로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중국과 동일선상에 놓고 입국 제한 등의 과잉된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국 최고지도자가 공개 회견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입국 제한’ 발언을 한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만큼 현재 한·미 외교 당국 간에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중국 측의 한국 여행자들에 대한 과도한 격리 조치를 항의했음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듯, 코로나 사태 이후의 한국 외교가 계속 무기력하기만 하다. 외교 당국이 보다 비상한 각오로 코로나 외교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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