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B급’ 코드만 보였겠지만, 볼수록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드라마였으면 해요.”
백승룡(38·사진) PD는 지난 6일 종영한 ‘쌉니다 천리마마트’(tvN)를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백 PD는 “천리마마트가 정과 따뜻함이 녹아있는 장소로 느껴지게 공들였다”며 “원작 팬들에게까지 칭찬받아 뿌듯했다”고 전했다.
동명 인기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는 코미디로 위장한 휴머니즘극이었다. 폐점 직전의 천리마마트 사장으로 좌천된 복동(김병철)이 그룹에 복수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이 되레 번번이 ‘대박’을 친다는 황당한 성공담인데, 마트에 취직한 소외된 이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써나가는 과정이 내내 큰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2~3%(닐슨코리아)대 시청률에도 호평만큼은 대단했다.
디테일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작화를 영상으로 옮겨올 때 생기는 이질감이 없었다. 주요 장면에 10시간씩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던 캐스팅에서도 이런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백 PD는 “캐릭터 시놉시스를 일일이 만들어 삶의 궤적과 철학이 비슷한 배우들을 뽑았다”며 “그래서 더 비슷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김규삼 작가도 매회 “너무 좋았다”는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특히 걸출했던 건 춤과 노래를 버무린 뮤지컬 같은 시퀀스였다. 인도영화와 비슷해 ‘발리우드식 연출’이라고도 불렸는데, 가상의 원주민 캐릭터인 빠야족의 ‘빠야카트송’은 큰 인기를 끌었다. 풍자성 짙은 원작 메시지를 조심스레 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빠야족은 인종차별에 좌절한 인물들이기에 더더욱 소모적 캐릭터로 그리고 싶지 않았단다. 백 PD는 “춤과 노래야말로 사랑스럽고 즐겁게 다가가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백 PD는 예능 출신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SNL’ 등을 거쳤는데, 이런 경험이 재기발랄한 연출의 바탕이 됐다. 현장에선 노장 이순재의 도움이 컸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에 출연했던 이순재는 “작은 거로 웃기려 하지 말고, 현실성을 녹여내야 한다”며 늘 중심을 잡아줬다고 한다. 선배인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보편적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했던 조언도 이번 작품의 휴머니즘으로 개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근 웹툰 리메이크의 홍수 속에서 드문 성공을 끌어낸 백 PD가 생각하는 흥행공식은 무엇일까. 그는 “원작에 충실한 것”이라고 짤막이 답했다. “52시간 근로제도 잘 지키면서 모두 행복하게 끝났어요. 시즌2요? 당연히 많이들 바랄 거라 믿어요(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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