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부산 해운대 해변의 한복판에 낯선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름 30m 남짓의 흰색 원형 구조물은 다름 아닌 ‘이글루’. 좁은 입구로 들어서자 널찍한 공간에는 발밑부터 천장까지 한겨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닥에 깔려 흰 눈을 연상케 하는 소금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사각거렸고, 천장에는 입체 빔으로 구현한 북극의 오로라가 일렁였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는 금세 잊혀졌다.
SK텔레콤은 2011년 해운대에서 실제 인공 눈을 동원해 겨울 환경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5G와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로 겨울을 구현해냈다. 초(超)실감 5G시대가 다가왔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5GX 이글루 안에서는 VR 눈썰매와 VR 눈싸움, AR 얼음낚시 등 대표 겨울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이글루 안에는 SK텔레콤의 5G 서비스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VR을 활용한 패션 스타일링 체험 ‘그녀의 옷장을 부탁해’, VR 공포체험 ‘악몽 속으로’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 음원서비스인 ‘FLO’존에서는 AI(인공지능) 음악 추천 체험 등을 제공한다. 이글루를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체험 고객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에 이르고, 향후 5G 스마트폰으로 변경하겠다고 응답한 고객 역시 응답자의 65%에 달했다.
상용화 4개월이 지났지만 커버리지 확대는 여전히 이동통신 업계의 과제다. 5G 특성상 촘촘한 기지국 구축이 필요한데, 시간적·비용적 여유가 많지 않다. 휴가철 피서객이 몰리는 곳에서 5G의 안정적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클러스터’ 조성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구심점으로 삼았다.
SK텔레콤은 빅데이터로 올여름 휴가 트렌드를 분석, 국내 대표 피서지인 해변과 워터파크를 ‘서머 클러스터’로 탈바꿈했다. 서머 클러스터는 5G 클러스터 전략의 ‘여름 특집’ 버전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유독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휴가지에서 ‘초밀집’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5G 서비스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표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 제주 함덕, 충남 보령 대천, 강원 동해 망상해수욕장 4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해수욕장 4곳의 특성을 반영해 각각 캠핑(망상)·힐링(함덕)·익스트림(대천) 등 ‘콘셉트’가 있는 ‘5GX 쿨비치’로 특화했다. 이 중에서도 부산 해운대에 5GX 서비스 체험 공간인 ‘이글루 체험존’과 ‘프라이빗 비치’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개장한 해운대 체험 공간에는 6일 만에 약 7000명의 고객이 찾을 만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대표 ‘쿨비치’인 해운대가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포동, 서면 상권에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부산 중구청 및 지역 상인번영회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국제시장과 부평동 깡통시장 등으로도 혜택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양맹석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 그룹장은 “한국이 5G 선도국가인 만큼 얼리어댑터 고객인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자 노력 중”이라며 “이 일환으로 지역 영세업체와의 연계 및 제휴를 통해 지역상권과 고객이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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