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과 설비투자, 소비는 실물경제를 지탱하는 3개의 축이다. 2월에 동반 추락했던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3월에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2월의 나빴던 성적표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 5세대(5G) 이동통신 개통,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 등 일시적 요인의 입김이 크다.
올해 1분기로 시야를 넓히면 산업생산은 10년 전 수준의 추락세를 보였다. 3월의 ‘트리플 반등’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셈이다. 1분기 역성장 쇼크의 뒤를 잇는 좋지 않은 신호다. 그나마 소매판매가 늘어나는 등 일부 지표가 호전돼 2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통계청은 3월에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동시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30일 밝혔다. 2월에 ‘트리플 하락’을 보였던 지표들이 깜짝 반등한 것이다.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1%, 설비투자는 10.0%, 소비는 3.3% 상승했다.
하지만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 어렵다. 우선 기저효과가 컸다. 비교 대상인 2월 지표가 워낙 나빴기에 3월 증가폭이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소비를 제외한 생산과 투자는 감소했다.
여기에다 일시적 ‘호재’가 있었다.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로 2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배경에는 신형 스마트폰 출시, 5G 개통 등이 있다. 무려 7년3개월 만에 증가폭(8.9%)이 가장 컸던 건설기성 지표도 GTX A노선 착공으로 공사 실적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광공업 생산도 비슷하다. 신형 스마트폰에 반도체가 많이 탑재되면서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이런 탓에 3월의 ‘트리플 반등’이 꺾이는 경기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1, 2월 추락분을 메우기에 역부족이었다. 1분기 전산업생산지수는 전 분기 대비 0.8%, 전년 동기 대비 0.6% 떨어졌다. 전 분기를 기준으로는 2008년 4분기(-5.3%) 이후 최대 하락폭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09년 1분기(-5.1%) 이후 가장 큰 폭이다. 1분기 제조업 평균가동률(71.9%) 역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였다.
경기 진단 지표도 크게 회복되지 못했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3~6개월 내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으로 동반 하락했다.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도 일부 긍정적 흐름이 나타났다. 소매판매(소비)가 4년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2.4% 늘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등에 대한 소비가 많았다. 신형차 출시로 자동차 판매도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면세점 등의 판매도 호조세를 보였다.
정부는 2분기에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각종 기저효과와 재정 투입 영향, 제조업 성수기 전환 등을 염두에 둔다. 지난해부터 경기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들이 아직 제거되지 않아 경기 회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섣부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3월 기저효과가 컸음에도 2월 감소폭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하락폭이 축소됐고, 소매판매가 늘어난 부분 등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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