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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빈곤, 혐오, 학대에 내몰린 위기의 노인들

2일은 정부가 지정한 노인의 날이다. 노인에 대한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고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러나 우리 노인들이 처한 현실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11월 전국 청장년층 500명과 노인층(6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공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는 노인들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인 응답자의 26.0%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노인의 비율도 23.6%였다. 경제상태가 나쁘다고 답한 노인은 43.2%나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한 걸 보면 가난이 노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2016년)은 43.7%로 유럽연합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봉양하느라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서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돼 수령자가 절반이 채 안 되고, 받더라도 가입기간이 짧아 ‘용돈 수준’이다. 그러니 노인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노인들은 혐오와 학대에도 노출돼 있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노인학대도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것만 연간 4600건에 달한다.

노인이 되는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빈곤·학대· 혐오에 맞닥뜨린 노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장년층이나 청년층도 시차를 두고 그런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노인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등 노인 복지 예산을 꾸준히 늘려가야 한다. 재교육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노인과 청년들이 소통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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