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브로맨스… 관세 놓고 전화로 대판 싸운 트럼프·마크롱

지난달 31일 ‘끔찍한 언쟁’… EU産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마크롱, 노골적 쓴소리… 메이도 트럼프에 “매우 실망”
EU, 내달 세이프가드 발동키로… 美, 수입차에도 관세 검토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애정이 넘치는 스킨십으로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둘도 없는 원수지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유럽산 철강제품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때문이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정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국의 무역 관세 조치를 놓고 전화통화를 하면서 ‘끔찍한(terrible)’ 언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전화통화는 미국이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날 이뤄졌다. 소식통은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면서 “말 그대로 끔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측 관계에 기반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식의 비난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CNN에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조치 발표 당시 공개한 성명에서 “난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말하는 걸 선호한다”면서 “지금 밝힌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하겠다. 그는 내 신념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셈이다. 백악관은 당시 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의 무역 불균형 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고만 밝혔다.

4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통화 역시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메이 총리의 측근이 통화에 앞서 “평소 총리의 대화 스타일이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이날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한 어조로 비판할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가 통화한 뒤 영국 총리실은 “EU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대해 총리가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미국의 조치는 부당하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맞서 이르면 다음 달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방침이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7월부터 EU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예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미국의 관세정책 때문에 역내 철강·알루미늄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제기되거나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EU는 최장 200일 동안 임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 EU는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이에 대해 “철강보다 더 큰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극도로 불행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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