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버려지는 강아지 ② 이래서 버렸다 ③ 입양, 준비는 됐나요 ④ 이런 정책을 바란다
‘날 버리지 마세요.’
지난 11일 경기도 포천 야산의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 입구에는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안에 들어서자 개들이 쩌렁쩌렁 짖기 시작했다. 낯선 이가 두려워 짖는지, 제발 데려가 달라고 외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전날 내린 폭우로 흙바닥 곳곳에 구멍이 파여 있었다. 2000평 보호소를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3명이다.
입구에서 열 걸음쯤 떨어진 견사의 강아지는 오른쪽 눈이 없었다. 이름은 잭. 영화 ‘애꾸눈 잭’에서 따왔다고 한다. 잭은 견사 철조망까지 다가와 남은 왼쪽 눈으로 빤히 쳐다봤다. 배우 다니엘 헤니처럼 잘생겨서 이름이 헤니인 강아지는 사람이 다가가자 구석에 숨었다. 견사마다 모기퇴치제를 달아주던 봉사자 나이슬(27)씨는 “여기 있는 아이들(유기견)은 대부분 사람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8만9732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 그중 개가 6만3602마리(70.9%)였고, 새 주인을 만난 유기견은 2만567마리(32.3%)에 그쳤다. 셋 중 하나가 채 안 된다. 믿고 따랐던 주인에게 버려진 상처 탓에 사람을 경계하는 유기견이 많다. 애신동산에는 현재 700여 마리가 있는데 대부분 여기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유기견 중 1만4865마리(23.4%)가 안락사 당했고 9078마리(14.3%)가 자연사했다.
윤여주 애신동산 부원장이 말했다. “입양하려는 분들은 당연히 사람 잘 따르는 강아지를 데려가려 하죠. 적응 못하면 골치 아프잖아요. 그런 애들은 다 (입양) 갔고 이제 남은 애들은 여기서 살다 죽겠죠. 그동안 잘 돌봐줘야지. 불쌍한 아이들이니까….”
그때 삐삐가 다가왔다. 여기서 생활한 지 7∼8년 됐다. 털이 허리 위쪽만 깎여 있었다. 털을 깎는 도중에 도망쳐 그렇단다. 털이 엉덩이쪽만 풍성한 게 우스꽝스러웠는지 윤 부원장은 “치마 입었네”라며 놀렸다. 털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깎는다.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라 피부 염증을 막기 위한 거여서 한 번 깎을 때 완전히 밀어버린다. 애견미용에 익숙하지 않으니 가만히 있는 녀석이 거의 없다.
반반이는 가끔 발작을 일으킨다. 가정집에서 살다 8년 전 이곳에 버려졌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간질병 때문에 입양되지 못하고 있다. 윤 부원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반반이는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었다.
애신동산은 더 이상 유기견을 받지 않는다. 여력을 지금 있는 강아지에게만 쏟아도 부족해서다. 그런데 얼마 전 바둑이를 들여오고 말았다. 데려가지 않으면 보신탕집에 팔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단다. 바둑이는 임신한 상태였고 두 달 전 새끼 5마리가 태어났다.
견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바둑이가 으르렁댔다. “지 새끼들 가져가려는 줄 알고 저러는 거예요.” 새끼들은 차가운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다. 2년 전부터 여기서 일하는 A씨가 예방접종을 하러 다가가자 새끼들이 놀라 도망쳤다. ‘깨갱’거리며 주사를 맞은 새끼들은 어미에게로 달려갔다.
그 모습이 귀여워 “데려가 키우고 싶다”고 했더니 윤 부원장이 말했다. “지금은 예쁘죠. 저렇게 꼬리 흔들면 얼마나 귀여워요. 그런데 조금 더 크면 신발이랑 전기선 다 물어뜯고 벽지랑 마룻바닥이랑 다 긁고…. 그러면 골머리 아파요. 그걸 감수해야 키울 수 있어요.” 그는 마냥 꼬리를 흔드는 새끼들을 바라보다 “제발 생명을 버리지만 말아 달라”고 했다. “키우다 혹시라도 정 안되겠으면 다시 데려오면 돼요. 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이곳에 있는 유기견 중 몇몇은 애견학교에 가서 사람과 함께 지내는 훈련을 받는다. 그래야 새 주인이 나타날 작은 희망이라도 생기기 때문이다. 입양 갈 준비가 된 아이들 중 일부는 애신동산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애견카페로 옮겨진다.
이 카페에서 만난 도담이도 주인에게 버려졌다. 젊은 여성이 호기심에 분양받았다가 막상 키워보니 힘들다고 그냥 방치했단다. 카페 운영자 김영희씨는 “털 상태를 보니까 애신동산 아기들(유기견)보다 더 관리가 안 돼 있었고, (도담이와) 함께 방치됐던 다른 강아지 눈에는 안충(눈 안에 있는 기생충)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파비앙이 다가왔다. 다른 유기견 보호소에서 생활하다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아이다. 파비앙이 꽤 오랫동안 우리 눈을 쳐다봤다. 나 좀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김민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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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자 숨으면서도 눈맞춰 “나 좀 데려가라” 말 건네는 듯… 관리자 3명이 700여마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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