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플라스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 관련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당시 불거졌던 ‘플라스틱·종이 빨대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 섣부른 규제는 현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 차원의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여러 행사에서 “플라스틱 저감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공언하는 등 이 대통령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정부의 탈플라스틱 정책은 아직 선언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탈플라스틱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했던 윤석열정부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정부 탈플라스틱 공약의 구체적 내용을 채워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플라스틱 정책으로 산업계는 곤욕을 치러왔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부터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대체재인 종이 빨대의 원가 상승, 공급 불안정 등이 문제가 됐다. 카페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윤석열정부에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관련 정책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환경부는 현재까지도 플라스틱·종이 빨대 중 무엇이 환경에 더 유해한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플라스틱보다 자연에서 분해가 더 잘 되는 종이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종이 빨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의 5.5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여당의 탈플라스틱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에 치중해 밀어붙이면 현장의 혼란을 일으키고 사회·경제적 비용만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나가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플라스틱 대체 소재의 친환경성 입증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성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 규제를 시행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활용 정책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유럽은 플라스틱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및 첨가물 규제, 재생 원료 함량 의무화, 에코디자인(재활용을 염두에 둔 제품 설계) 규정 도입 등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사용에 방점을 찍고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한 재활용 전문가는 “탈플라스틱이라는 공약을 유럽처럼 ‘똑똑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플라스틱 악마화에 기반한 무리한 퇴출은 오히려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풍선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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