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나 후보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왜 우리가 한국에 올 때마다 대통령이 없는 것인가”라고 말한 부분을 잘라내 편집한 패러디 영상이 올라왔다.
당시 공연에서 마틴은 “나는 한국의 대통령으로 한 사람을 추천하고 싶다”면서 “드러머 윌 챔피언”이라고 농담을 했다. 이어 챔피언을 가리키며 “그는 정말 착하고, 굳건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챔피언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 후보 측은 이 장면에 “다음 대통령 한 명 정해준다. 드럼통 챌린지를 한 나경원”이라는 자막을 달고 챔피언이 웃는 장면엔 나 후보 얼굴을 합성했다. 마틴이 챔피언을 소개하는 부분에는 “나경원 4강 간다. 2강 간다. 최종 후보다. 대통령이다”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영상 말미에는 나 후보가 직접 등장해 “땡큐 콜드플레이. 다음 내한 공연 때는 제가 꼭 (대통령으로) 있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의 이 같은 패러디 홍보 영상이 공개된 뒤 콜드플레이 팬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콜드플레이 음악의 메시지와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등의 지적이 쇄도했다.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콜드플레이 발언을 왜곡한 패러디 영상이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나 후보 측은 해당 영상에 “콜드플레이의 의도와는 무관한 단순 홍보영상입니다”라고 해명하는 댓글을 게재했다. 이 댓글에도 “(콜드플레이) 의도와 무관하면 (영상을) 내리시라” “진보 성향 콜드플레이가 본인을 지지한 것처럼 만들어놓고 의도와 무관하다고 하면 다인가. 초상권 허가는 받은 건가”라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1996년 결성된 콜드플레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밴드다. 2017년 4월 내한해 공연했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태였고,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올해도 공교롭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돼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다. 이를 두고 국내 온라인에서는 ‘콜드플레이와 대통령 탄핵 평행이론’ 밈(Meme)이 언급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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