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 애들은 내가 키울 테니 양육비로 아이당 매달 100만원씩 줘.
남편: 내가 아파서 일을 못 하고 있잖아. 매달 200만원씩을 어떻게 줘. 아이당 50만원씩 100만원 줄 테니까 사정 좀 봐줘.
아내: 바람피울 때는 쌩쌩하더구먼. 왜 아픈데? 양육비 주기 싫어서 일 그만둔 거잖아!
남편: 진짜 아파서 그만둔 거야. 진단서 보여줘?
아내: 아무튼, 안 돼. 애들이 아직 초등학생인데… 요즘 애들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학원비만 해도 아이당 한 달에 50만원 넘게 들어. 알아?
남편: 내가 애들 양육비 주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아? 능력이 안 되는 걸 어쩌라고?
아내: 그럼 당신이 키워. 당신이 준다는 아이당 50만원 양육비 내가 줄게.
조정위원: 남편분, 잘 한번 생각해 보시죠? 양육권자만 아내에서 남편으로 바뀔 뿐, 양육비에서는 남편분 주장과 다르지 않네요.
남편: 제가 애들을 어떻게 키웁니까? 애들 하나당 50만원으로 학원 보내기도 힘든 줄 저도 잘 압니다. 다만, 지금 일을 쉬고 있으니 좀 봐달라는 얘깁니다.
조정위원: 그럼 남편분의 사정을 고려해서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중학생일 때, 고등학생일 때를 나눠서 양육비를 정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서 애들이 커갈수록 돈이 더 드니까 초등학생일 때는 한 아이당 60만원으로 하고, 중학생이 될 때부터는 70만원, 고등학생이 될 때부터는 80만원으로 정하는 거죠.
남편: 좋은 제안이신데요, 금액을 조금 조정해 주시면 안 될까요?
조정위원: 어느 정도 조정하면 될까요?
남편: 5만원씩만 줄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55만원, 중학생 때 65만원, 고등학생 때 75만원. 이렇게요.
조정위원: 아내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내: 양육비 좀 줄여보겠다고 기를 쓰는 남편을 보니 애들 아빠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정위원님께서 제안하신 60만원, 70만원, 80만원이면,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조정위원: 남편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편: 잘못하다가는 애들 아빠라는 사실까지 부정당하게 생겼네요.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조정위원: 양육비 합의가 이뤄져서 다행입니다. 이제 이행이 문제인데요, 양육비 이행률이 꾸준히 상승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45% 정도라고 합니다. 비양육자 55%는 여전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출국 금지나 명단 공개 등 여러 행정적 제재를 받는 사람도 많이 늘었고, 심지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제재나 처벌 때문이 아니더라도 양육비는 아이들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남편분께서 명심하시고 오늘 약속한 양육비는 제때 꼭 지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