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유출된 조선왕실의 뿌리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이 귀환해 3·1절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됐다.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일본에 소재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정보를 입수하고 전문가들의 평가와 직접 조사하는 실견을 거친 끝에 지난해 2월 환수했고, 문헌 조사 등을 거쳐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왕들의 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내던 전각이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140×312㎝)은 가로 3m가 넘는 장쾌한 크기에 왕실을 상징하는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로 칠해졌다. 사방 테두리에는 단청으로 상서로운 칠보무늬 문양을 넣었다. 또 현판 위 양끝과 아래 양 끝에는 구름무늬봉 장식이 달렸다. 행서가 가미된 해서체의 활달한 글씨는 조선
후기 서사관(관아에서 필사하는 일을 맡은 직종)인 서승보의 글씨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준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편액이 가로 3.5m가 넘는 것은 덕수궁 대안문과 인화문 2개로, 이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이어 국내 세 번째 크기”라며 “보통 편액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쓰지만, 이 선원전 편액은 광화문 현판처럼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라 위계가 높다”라고 말했다.
조선 왕실의 선원전은 경복궁, 창덕궁,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 있었다. 환수한 편액은 크기 등으로 미뤄 1868년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린 것으로 추정이 됐다. 선원전은 일제강점기 헐어서 치워졌고, 부자재는 조선총독부가 1932년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문사를 짓는 데 사용됐다. 이런 과정에서 선원전 편액은 일본으로 유출돼 100년 넘게 떠돌았던 것이다. 편액은 2023년 12월 일본의 한 경매에 나온 게 확인됐다. 경매사는 ‘19세기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이라며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1852~1919)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자료에서 밝혔다. 데라우치 총독이 임기를 마치고 1916년 고향인 야마구치로 돌아갈 때 경복궁 선원전을 해체하여 고향인 야마구치에 이건했고 이 건물은 1942년 8월 태풍으로 소실됐으나 붕괴된 건물의 해체작업을 하던 사람이 편액을 발견하여 100년 가까이 보관해 왔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유출 과정과 관련해서 문헌 등을 통해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편액은 라이엇게임즈(한국대표 조혁진) 후원을 받아 환수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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