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 아리랑∼.” “아리 아리랑∼”
“수리 수리랑∼.” “수리 수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라리가 났네.”
지난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레이던시에 있는 레이던대학교의 한 시청각강의실.
국악인 차복순씨(전북특별자치도 도립국악원)가 ‘진도아리랑’의 첫 대목을 먼저 부르자 50여명의 학생들이 서툰 발음으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공연 전 ‘얼쑤’ ‘잘한다’ 등의 추임새를 배운 학생들은 중간 중간 박수를 치며 방금 전 배운 ‘얼쑤’와 ‘잘한다’를 연창했다.
옆에서는 서예가 윤점용씨(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문위원)가 ‘아리랑’을 붓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그는 마지막에 ‘레이던대학 방문 기념으로 한국의 아리랑을 쓰다’라고 적었다.

이날 행사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유럽에 한국 문화와 전북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공공외교의 하나였다. 김관영 지사를 비롯한 대표단은 전날 네덜란드에 도착, 이날 이 대학을 찾았다.
1575년 세워진 레이던대학은 네덜란드에서 최고 오래된 대학이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만 9명을 배출한 명문중의 명문 학교다.
현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마뤼크 뤼터 총리도 이 학교 출신이다. 존 퀸시 애덤스 미국 6대 대통령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화가 렘브란트도 이 대학을 나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한때 객원교수로 근무했다.
특히 이 대학은 대한민국과 인연이 깊어 일찍이 1958년 한국어 강좌를 열었다. 1989년에는 서유럽 최초로 한국학과를 공식 개설했다.
3년제 학과의 현재 학생은 180여명. 해마다 50∼70명이 입학하고 있다. 11명의 교수진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의 역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재학중 1학기동안 한국에서 연수를 하고 있다.
박진희 교수는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학과의 인기도 높아가고 있다”며 “학생들이 한국 대중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K팝과 K드라마, K필름 이런 것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3학년 제임스씨는 “한국학을 시작하기 전 국제법을 전공했다”며 “그때 남북 관계에 대해 많이 배운 뒤 한국에 관심이 많아져 이 학과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전북 대표단은 이날 2시간여동안 판소리 공연과 서예 시연을 하며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명창 차씨가 심청가중 ‘심 봉사가 눈 뜨는 대목’을 구성지게 부를 때는 학생들이 손을 쥐며 경청했다. 심청의 스토리를 미리 들었던 학생들 가운데 어느 학생의 눈은 빨갛게 물들기도 했다.
한글 서예 교실에서는 서예가 윤씨가 큰 한지 족자에 ‘아리랑’ 가사를 물 흐르듯 쓴 뒤 학교 측에 선물했다.
이후 학생들이 붓으로 한글을 직접 써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한글’ ‘가나다라’ ‘엄마 사랑해요’ ‘환영합니다’ 등의 글자와 더불어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의 이름도 적으며 활짝 웃었다.

김 지사는 이들 공연에 앞서 전북과 한국문화를 주제로 30여분간 특강을 했다.
김 지사는 “우리 전북은 한국 속의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설명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표 문화도시 전북을 네덜란드와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고 김 지사가 퀴즈를 냈다.
“장님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효녀의 이름이 뭐죠?”
“심청이오.”
정답을 맞춘 학생에게 전주한지로 만든 선물이 건네졌다.
“와∼.”
다른 학생들이 부러움을 담은 함성을 질렀다.
전북 대표단은 오는 7일 다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문화축제를 펼칠 예정이다. 이날엔 판소리(차복순 외 1명)를 비롯 창작무용(송형준 외 5명), 부채춤(윤이담외 5명), 설장고(김지춘, 이종민, 신봉주) 공연과 서예 퍼포먼스(윤점용)도 이어진다.
레이던=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