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여중생이 엘리베이터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뜯었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검찰은 이에 법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3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했다.
A양은 지난 5월 11일 자기 집으로 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 거울에 붙어있는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혐의를 받는다. A양은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보던 중 해당 게시물이 시야를 가리자 이를 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게시물은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양의 행위가 재물손괴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양과 마찬가지로 게시물을 뜯은 60대 주민 B씨와 문제의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 C씨도 함께 송치했다.
이 아파트의 주민 자치 조직과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는 하자보수 보상 범위를 놓고 갈등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자치조직 측의 112 신고 역시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2022년 평택지방법원에서 내려진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해 이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에 관해 관리주체가 임의로 이를 철거할 수 있다는 하위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택지법은 이런 상황에서 적법하게 게시물을 철거하려면 부착한 주체에게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양이 살던 아파트에선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돼 주민 2명이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양 측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경찰의 판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 시야를 가리는 게시물을 다른 의도 없이 제거한 것을 재물손괴로 보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사건 송치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용인동부서의 판단에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 검찰과 협의해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보완 수사 요청을 받은 용인동부서는 A양 등의 행위가 재물손괴 혐의의 성립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송치사례와 달리 A양의 경우 거울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는 게시물을 뗀 것이기 때문에 달리 판단할 요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행위를 재물손괴로 보지 않는 판례도 존재해 법리 검토도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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