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28일 ‘광복절 기미가요’ 논란과 관련해 “국민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친일·매국 방송’ 공세가 계속되자 “그걸 틀어서 친일을 하겠다고 하면 미친X”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결산보고에 출석해 “이유와 작품의 성격이 어쨌든 광복절 새벽에 기미가요가 변주된, 기모노(일본전통의상)를 입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편성한 건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KBS는 지난 15일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했다.
박 사장은 “당초 6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나비부인 녹화본을 방영하기로 했는데 7월이 올림픽 기간이라 두 번 연기되면서 8월 14~15일에 편성됐다”며 “실무진들이 광복절이란 점을 인식하고 사전에 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비부인이란 작품이 정말 일본을 찬양하고 나라를 팔아먹고 그런 내용이거나 기미가요를 제창한다든지, 전범이 나온다든지 했다면 제가 사퇴를 해도 모자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가 나비부인과 함께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한 것을 두고 “국민의 방송 KBS가 ‘땡윤방송’도 모자라 매국 방송, 독재 미화 방송으로 전락했다”며 “사장이 직접 사과해야 할 일이고 그래도 국민적 분노가 풀리지 않는다면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도 “기적의 시작에서 이 전 대통령 하야를 위대한 결단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러면 4·19 혁명으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이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답하지 않았다.
반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 불찰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노래를 한국인 단원이 한 것이고 길어봐야 9초, 6초였는데 친일방송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억울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수진 의원은 2014년 JTBC, 2015년 MBC가 기미가요를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고 처분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공영방송에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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