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헤지펀드를 포함한 환투기 세력이 3년 5개월 만에 일본 엔화를 순매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8일 보도했다. 엔화 강세에 베팅한 것이다.
닛케이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 16일 발표한 엔화 보유량 동향에서 비상업 부문 투기 세력의 엔화 순매수가 지난 13일 기준 2만3104계약(2800억엔·약 2조5700억원)으로 집계됐다”며 “투기 세력이 엔화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 이들이 엔화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2021년 3월 9일 이후 3년 5개월 만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CFTC 엔화 보유량 동향에서 매수는 8만7101계약으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던 반면, 매도는 6만3997계약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적었다.
닛케이는 “CFTC 집계가 엔화를 빌려 외환시장에서 팔고 미 달러화 등 다른 국가 통화를 사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잘 반영한다”며 “엔저 전망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투기 세력이 엔화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투기 세력의 엔화 순매도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18만4223계약에 달했다. 하지만 열흘 뒤인 같은 달 11~12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차원의 엔저 대응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엔화 매수가 들어오면서 약세 흐름을 바꿨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 전망치가 실현되면 정책금리를 계속 올려 금융완화 수준을 조정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엔화 강세를 가속했다.
우에다 총재의 당시 발언은 지난달 한때 1달러당 160엔을 웃돌았고,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졌던 ‘슈퍼 엔저’의 방향을 바꿨다. 다만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 7일 홋카이도 하코다테 강연에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엔화 강세를 억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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