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대면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이 10시간 뒤에나 이 사실을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원석 검찰총장은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조사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대검과 중앙지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이 중앙지검의 김 여사 조사 여부를 보고받은 시점은 전날 오후 11시10~20분이다. 중앙지검은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20분까지 김 여사를 조사했다. 이 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먼저 조사한 뒤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뒤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검과 중앙지검 간 이상 기류는 이날 오전 김 여사 조사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에야 감지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총장이 중앙지검에 검찰 소환 조사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몰래 소환(할 것)을 우려해 총장 보고 없이 제3의 장소로 부르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는 식의 ‘받은 글’이 돌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몰래 소환’ 등 표현이 담긴 것을 두고 대검이 작성한 글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왔다. 그러나 대검 측은 연합뉴스에 “김 여사 조사 사실은 이 총장뿐 아니라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 중앙지검은 조사가 끝나는 시점에 사후 통보했다”고 말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부인의 소환 조사 사실을 이 총장에게 사후 통보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다.
중앙지검은 이 총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 지휘권이 없기 때문에 사후 보고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2020년 추미애 장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해당 사건 지휘권을 배제했다. 이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바뀌었지만 권한이 복구된 것은 아니라 지휘권은 이 총장에게도 없다.
이에 따라 중앙지검은 현재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관련 수사 내용을 이 총장은 물론 대검에 일절 보고하지 않고 있다. 또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 측이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꺼번에 조사받는 데 동의했고 조사 여부가 최종 결정된 뒤 보고하느라 시간이 늦어진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총장 패싱’ 사안으로 인해 설(說)로만 떠돌던 김 여사 사건 관련 대검-중앙지검 간 입장 차가 실체를 벗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장은 평소 김 여사를 원칙대로 공개 소환해야 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반면 수사팀을 꾸린 중앙지검 내에는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조사하지 못해 처벌 규정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공개 소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존재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중앙지검의 김 여사 소환 조사 사실을 사후 통보받았다고 밝히며 “이 총장이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주변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하며 거취 관련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의 거취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향후 김 여사 관련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임기 내내 대검과 중앙지검 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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