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이 8년 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펼쳤던 대국이 자신의 많은 것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세돌은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창의성, 독창성, 혁신에 경외심을 갖곤 했다. 그러나 AI가 나타난 이래 그중 많은 것이 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세돌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해 1승 4패로 패했다. 당시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세상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는 3년 뒤인 2019년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AI ‘한돌’과 은퇴 대국으로 25년의 프로기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세돌은 “AI에 진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였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고하며 “언젠가 AI가 인간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직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전에는 예술의 형태로 여겼던 것, 기사의 개성과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던 것들이 이제는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위해 내버려 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더는 대국을 즐길 수 없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며 틈틈이 AI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자신이 알파고와 겨루기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한 강연에서는 “나는 AI 문제에 일찍 직면했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그것은 해피 엔딩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AI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AI가 인간의 가치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졸업반이 된 딸과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상의할 때도 AI가 만들어낼 미래를 고민한다”며 “우리는 AI에 쉽게 대체될 수 없거나, AI의 영향을 적게 받을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AI가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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