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현실이 막막하면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빌려서라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픈 욕망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신재림(표예진)은 부자들의 사교클럽 ‘청담헤븐’에 취업했다. 백마 탄 왕자를 잡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른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사실은 학자금 대출 상환도 버거운데 보험료 체납 문자까지 날아드는 현실에 떠밀린 선택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나대신꿈)에서 주인공 재림을 연기한 표예진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표예진은 “재림이는 자기 자신을 많이 아껴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했다”며 “좋은 남편 만나서 사랑받을 거라는 꿈을 당당하게 얘기하고 그 목표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독특하고 매력 있었다”고 말했다.
신데렐라의 모습도, 이야기의 결말도 옛날의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다르다. “난 속물이 아니라 현실에 지친 사람”이라고 말하는 재림은 욕망 앞에 당당하다. 사랑 따위 믿지 않는 재벌 문차민(이준영)과 결국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재림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백마를 직접 잡아탄다. 당차고 발칙한데 웃기기까지 하다.
‘나대신꿈’은 코미디에 큰 방점을 찍었다. 첫 코믹 연기에 도전한 표예진은 “처음 해보는 게 많았다. 전날의 폭식으로 눈이 부은 특수 분장도 하고 야식 먹는 장면에선 입에 메추리알 8개를 넣기도 했다”며 “‘나한테도 이런 얼굴이 있구나, 내가 이 정도로 망가질 수 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됐다. 재밌고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평소 성격은 재림과 달리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지만 ‘내가 잘 해내야 드라마가 산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내려놓고 캐릭터에 몰입했다. 재림을 연기하며 용기도 얻었다. 표예진은 “신데렐라를 꿈꾸면서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했던 재림이 다른 사람까지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게 멋있었다”며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부족한 부분도 받아들이고 내게 맞는 속도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림이를 만나 조금 용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림은 차민과 백도홍(김현진)을 만나며 자신의 매력과 잠재력을 깨닫고 포기했던 꿈을 다시금 좇는다. 이런 재림의 모습은 대형 항공사 승무원을 그만두고 배우를 시작한 표예진과 비슷하기도 하다.
표예진은 “배우 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재밌는 일이 나타나면 직업을 바꿀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연기는 매번 어렵지만 재밌는 것 같다”며 웃었다.
드라마 ‘모범택시’ ‘VIP’ ‘쌈, 마이웨이’ 등으로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시켜온 표예진은 다양한 역할에 하나씩 도전하며 배우로서의 가치관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는 “돌이켜보면 내게 온 여러 기회 중에 메시지가 좋은 작품에 끌렸던 것 같다. ‘모범택시’를 통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며 “‘나대신꿈’은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고, 내게도 힘이 됐다. 그래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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