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여전히 홍콩 작전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작전주는 불법 세력이 운영하는 리딩방 등을 통해 국내 투자자에게 추천되는데, 주가가 오르면 작전 세력들이 미리 사뒀던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남기고 잠적하는 수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관련해 ‘주의’ 단계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지만, 실제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2일~7월 1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홍콩 주식을 보면 작전주로 지목되고 있는 종목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상위 2위에는 예스아시아 홀딩스(약 187억7000만원)가, 4위에는 이프린트 그룹(약 16억 2000만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예스아시아와 이프린트는 국내에서 증권가 보고서나 언론,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된 바가 없는 종목이지만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아시아는 2022년 중순부터 줄곧 주당 1홍콩달러(이하 모두 홍콩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었지만, 올해 5월 1달러를 넘기 시작해 지난달 14일 3.90달러까지 오르는 등 보름 만에 4배 가까이 상승했다. 닷새 뒤인 19일에는 2달러대로 내려앉아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가 급반등해 다시 고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예스아시아 시총은 이날 기준 약 2600억원이다. 규모와 주가 등락의 형태 등이 당국에서 설명한 작전주에 해당한다. 예스아시아는 지난 5일 “최근 주가와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며 “주가와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프린트 그룹도 작전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종목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시총 151억원의 초소형주다. 지난 5월부터 계단식으로 급등한 이프린트 그룹 주식은 지난달 11일 주당 0.8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3거래일 만에 0.24달러로 추락했다. 이날 기준 고점 대비 81.25% 하락했다. 이프린트 그룹은 인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최근 자금이 몰리고 있는 성장 산업과 거리가 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6일 물량 떠넘기기 방식을 쓰는 해외주식 불법 리딩방을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불법리딩방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어 단속과 법적조치가 쉽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다만 당국의 경고 이후에도 이날까지 국내 투자자는 예스아시아(약 120억9000만원)와 이프린트(약 13억6000만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간단한 검색만 하면 홍콩 주식 리딩방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이날 기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특정 홍콩 주식을 매수하도록 종용하는 리딩방이 다수 개설돼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우리 국민이 실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보다 실질적인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키워드 오픈 채팅방 개설을 당분간 막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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