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트라우마 후 소리에 예민해진 중학생

트라우마 회복 더디지만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


여중생 S는 선배들로부터 집단으로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매우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치료를 하고 증상이 나아졌다. 하지만 얼굴에 표정이 없어지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을 쉬기가 힘들다. 영화관, 식당,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한다. 소리에 예민해져 교실에서도 힘이 든다며 학교도 가지 않으려 한다.

S와 같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서 심리적인 이유뿐 아니라 신경계의 변화가 생겨 청각 예민성이 증가한다. 그래서 공공장소에 가지 않으려 한다.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서도 소리와 진동에 매우 예민하고 공포감을 느낀다. 에스컬레이터의 저주파 소리와 진동조차도 못 견뎌 그 장소에서 뛰쳐나오게 된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한 미국 심리학자 스티븐 포지스가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중이(中耳) 소리 흡수 시스템’이라는 장치를 사용하여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들려주고 실험했다. 이들에게서 인간 음성의 주파수 대역에서 흡수가 약해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왜냐하면 중이 근육이 고막을 적당히 긴장시키면 좀 더 부드럽고 높은 소리가 뇌로 들어간다. 중이 근육의 긴장이 느슨해지면 고막의 긴장도 느슨해져서 낮고 큰소리는 뇌로 들어가고, 높은 소리는 배경음과 구별이 되지 않아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런데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중이 근육의 톤이 위축되는 거다. 이걸 조절하는 것이 미주신경이다. 미주신경은 트라우마를 받은 생물체가 반응하고 조절하는 신경이다. 포유류에서는 좀 더 발달한 미주신경이 심장 등 상부 기관을 조절하고 이런 중추와 얼굴, 머리의 신경을 연결하는 중추가 서로 연결이 된다. 그래서 중이 근육을 통해서 소리를 듣고, 소리를 내는 인두, 후두 근육을 조절하고 표정을 관장하는 신경과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무표정해지고 소리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것을 역이용하는 거다. 먼저 평소에는 불필요한 저주파 소음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안전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 음악을 듣는 거다. 특히 여성이 부르는(저주파가 없는) 노래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게 되면 중이 근육의 톤을 증가시키게 된다. 또 이런 활동을 통해 중추에서 연결된 얼굴의 표정과 목소리를 조절하는 중추와도 연결되고, 심박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여 가슴이 두근거리는 불안 반응도 함께 조절하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노래 부르기와 관악기 불기도 좋다. 노래를 부를 때는 성대를 조절하기 위해 인두, 후두의 근육을 사용하여 소리를 내고, 자신의 노랫소리를 듣기 때문에 중이의 근육을 강화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 노래하기 위해서는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데 숨을 내쉬는 호흡에서는 미주신경이 다시 활성화되어 심장의 박동수를 조절해 주어 침착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 준다.

관악기를 부는 것도 마찬가지의 원리이다. 또 노래 부르기와 관악기 불기를 다른 사람과 같이 한다면 더욱 좋다. 합창이나 중창을 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얼굴의 표정이나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고, 목소리의 운율을 만드는 등 사회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배가 되어 일석삼조 효과를 보게 된다.

트라우마는 사람에게 회피나 각성 등의 심리적인 후유증뿐 아니라 신경계 작용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와 회복이 더딘 것이 사실이지만, 위축된 신경 톤을 되살리고 강화하는 활동을 통해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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