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에서 운전 중이던 70대 택시 기사를 50대 승객이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7일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승객인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포항시 북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 기사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해당 사건은 택시 기사 B씨의 아들이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30분쯤 B씨의 택시 조수석에 탑승해 20분쯤 뒤 목적지에 도착하자 B씨에게 “너 손님한테 맞아본 적 있냐”며 시비를 걸었다. B씨가 “그런 적 없다”고 답하며 요금 지불을 요청했으나 A씨는 말을 무시한 채 좌석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A씨가 요금을 계속 내지 않자 B씨는 인근 파출소로 향했다. 그때 A씨는 갑자기 B씨의 택시 기어봉 쪽에 있는 돈가방에 손을 댔고, B씨가 이를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는 운전 중인 B씨의 귀를 잡아당기며 폭행하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얼굴을 7차례 가격한 뒤 주머니에서 차 열쇠로 추정되는 물건을 꺼내 손에 쥐고 B씨 얼굴을 다시 10여 차례 때렸다.
B씨는 폭행당하면서도 사고를 막기 위해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만 A씨의 주먹을 막았다. 결국 B씨는 길가에 택시를 세운 뒤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도 손가락을 다쳤다며 쌍방 폭행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B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승객을 폭행한 적 없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면서 “아버지는 이마와 오른쪽 눈 옆, 눈 밑, 콧등 피부가 찢어지고 코뼈도 부러졌다”고 토로했다. 그가 첨부한 사진을 보면 B씨는 얼굴과 옷이 모두 피범벅인 모습이다.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방적으로 내가 (때린 건 아니다)”라며 “기사가 목적지로 제대로 가지 않아 실랑이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B씨의 아들은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잘 못 찾아 폭행했다는 게 말이 되냐”며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고 싶다. 더 이상 택시기사가 폭행당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폭행 충격에 택시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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