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先구제’ 특별법… 정부 “최소 5조” 난색

국토부 “평균 보증금 1억3000만원…5조원 투입해야 매입 가능”
시민단체 “피해자 3만명까지 늘어도 5850억원이면 충분”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을 명시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되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시민단체는 수천억원 투입으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고 추산한 반면 정부는 최소 수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피해지원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이 안 됐는데 이미 1만5000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며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내년 5월 31일까지 피해자는 3만6000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에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이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뒤 임대인에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겼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2월 개정안을 단독 의결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특별법 개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원 문제도 본격화됐다. 정부는 약 5조원을 투입해야 피해자의 채권을 모두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피해자의 평균 전세보증금 1억3000만원에 내년 5월까지 전망되는 피해자 수(3만6000명)를 곱한 규모다. 정밀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더라도 최우선변제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많아 3~4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본다.

정부 추정 규모는 전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재정 규모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대책위는 피해자가 최대 3만명일 경우 평균 피해 보증금 1억3000만원을 설정했을 때 58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어서 보증금 회수가 어려운 피해자 비율을 50%로 잡았다.

재정 투입 규모만큼 출처도 문제다. 피해 구제에 투입될 HUG의 주택도시기금은 전 국민이 주택청약통장에 예금한 금액 등으로 운영되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은 기금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별도의 재원 마련 방안을 제안했다. 진 교수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전세사기가 발생했는데 당시 정부도 세금을 많이 걷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확보한 세수가 피해자에 사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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