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의 학교폭력(학폭)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렸다가 폭언과 협박에 시달려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8년 차 교사 A씨는 지난 5월 초 학생의 학교폭력 신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폭언을 들었다고 28일 SBS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학생의 아버지인 B씨는 통화에서 “지금 내 앞에 칼 하나 있고 내가 애XX 손모가지 잘라서 들고 갈 테니까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고. 학폭 얘기 그렇게 한 엄마 XXX 내가 확 찢어버릴 거야. 내가 칼 하나 들고 교장실 가요”라고 말했다.
폭언에 충격을 받은 A씨는 공황장애가 생겨 질병 휴직을 신청했다. 그는 “자기가 진짜 폭력이 뭔지 학교에 찾아가서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매우 큰 공포와 불안함을 느꼈다”며 “집에서 공황 발작이 일어났다. 숨을 못 쉬고 헐떡댔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B씨에 대해 사과 편지와 재발 방지 권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교보위에는 할머니가 대리 출석해 당사자인 B씨는 결과도 모르는 상태였다.
B씨는 “내가 아들내미한테 욕을 한 거지 선생한테 욕 안 했다”면서 “(교보위) 통지서는 못 받아봤다. 사과를 내가 왜 해야 되는 거냐. 예? 사과를 내가 왜 해야 되냐”고 매체에 성을 냈다.
학교 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은 “결론적으로 교보위는 쓸모가 없다”며 “선생님이 그렇게 정말 사과받고 싶고 억울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고 매체에 말했다.
A씨는 학교 차원에서 폭언 당사자를 고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학부모가 분노를 표출하러 오면 그건 저뿐만 아니라 저희 반 아이들도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일인데 법적 제재 장치도 하나도 없다”고 호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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