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아닌 다른 좋은 단어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들이 진심을 담은 편지가 지역 상점의 ‘마약○○’ 간판을 바꾸게 한 사연이 전해졌다.
전북 전주 풍남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학교 인근 전주 한옥마을 식음료 매장 두 곳에 손편지를 보냈다. 간판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이었다.
학생들은 편지에서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마약○○’이라는 광고 문구가 자칫 마약을 쉽게 여기게 만들 수 있다며 상인들을 설득했다.
한 학생은 직접 쓴 편지에서 “이번에 저희가 ‘마약’을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그러던 와중 ‘마약’이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옥마을 곳곳에 있는 마약○○ 사장님들께 이러한 제안이 담긴 편지를 전달하게 됐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마약 대신 다른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소문난 ○○’ ‘폼 대박 난 ○○’ 같은 단어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당차게 제안했다.
이 학생 말대로 상인들에게 전달된 편지는 지난달 19∼23일 풍남초 김도신 보건교사가 5~6학년 학생 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약물 예방 교육주간’ 토론 수업 과정에서 쓰였다.
김 교사는 학교 인근 상가에 쓰인 ‘마약○○’ 광고문구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고, 학생들은 직접 편지를 써서 인근 상점에 전달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 교사는 71개의 손편지를 작성하도록 한 뒤 학생들과 함께 직접 상인들을 찾아가 편지를 전달했다.
김 교사는 “학교 주변에서 ‘마약○○’이라는 광고문구를 쉽게 볼 수 있어 이런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 “처음에는 손편지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상인분들에게도 닿았는지 편지를 전달하고 이틀 뒤에 가보니 정말로 광고문구가 ‘마약’에서 ‘원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한옥마을 상점은 편지를 받은 뒤 간판 이름을 바꾸었다.
상점 주인 A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 한 장 한 장 읽어보니 마음이 뭉클했다”면서 “아이들의 제안이 신박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를 받고도 변화가 없다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것 같았다”면서 “아이들에게 ‘어릴 때 우리가 바꿔 봤어’라는 생각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A씨는 간판만 바꾼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직접 답장 편지까지 썼다. 이후 아이들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편지를 전달했던 학생 대표 황건하·차노영 학생은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기대 반 의심 반이었는데 손편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너무 뿌듯하다”면서 “좋은 결정을 해주신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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