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출산 당일 퇴원시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40대 친부모와 60대 외할머니가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초 경찰은 친부와 외조모가 몰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지만 조사 과정에서 친모도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14일 살인 혐의로 친부 A씨와 외할머니 B씨를 구속 상태에서, 친모 C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날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경찰서 밖으로 나온 A씨와 B씨는 혐의 인정 여부를 물은 취재진에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2015년 3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남자아이를 당일 퇴원시킨 뒤 집으로 데려가 하루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튿날 시신을 인근 야산에 매장해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아이를 살해할 목적으로 하루 동안 내버려 둔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것을 미리 알게 된 뒤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인 A씨가 범행을 제안했고, 외할머니인 B씨는 아이를 퇴원시켜 방치하는 등 직접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지난 6일 긴급 체포 이후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지난 8일 구속된 이후에는 진술을 바꿔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일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A씨 등의 범행 사실을 몰랐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씨는 분만 예정일보다 한참 이른 시점에 제왕절개 수술에 동의했고, 아이를 출산 당일 바로 퇴원시키는 것에도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른 제왕절개 수술과 신속 퇴원에는 산모의 동의가 필요한 점과 퇴원한 당일 아이가 곧바로 살해된 점을 고려할 때 C씨 역시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범행을 알고 있었을 정황이 다수 존재하고 병원에 관련 기록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이 진술한 장소를 중심으로 아기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여러 차례 벌였지만,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 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검찰에 넘겨질 전망이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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