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정치적 쇼”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여러 주제들 중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일본의 계획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이번 회담은 양측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벌인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내 반발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일본은 주변국의 반대와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의 승인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오염수 방류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의 한·일 교류를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양국 국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인적 교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윤석열정부의 강력한 추진으로 한·일 관계는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그것이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촉진한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지렛대이기 때문에 한국은 보다 강화된 한·미·일 3국 체제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주의 원칙 하에서 미국의 동맹국은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와 악몽이 늘 존재했다”며 “미국과 밀착할수록 가까워질수록 이 악몽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세 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계획대로 방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한국 측과 실시간 공유할 것,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를 참여시킬 것,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한국 측에 해당 사실을 공유할 것 등이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4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배출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 후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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