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틀 낸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을 언급했다. 한국을 정식 국호로 칭한 점에서 북한 주도의 통일을 포기하고 ‘두 개의 한국(Two-Korea)’ 체제로 대남전략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11일까지 이틀 연속으로 담화를 내고 지난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의 동해상 정찰을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 침범’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대한민국’으로 칭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불러왔다. ‘한국’이나 ‘대한민국’은 북한의 고위층 담화나 매체 보도에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을, 이날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군부’라고 언급했다. 담화문에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의도를 담았거나 공인하지 않은 문구라는 점을 나타냈다.
김 부부장의 담화 속 ‘대한민국’ 표현은 한국을 통일 대상보다 다른 국가로 보는 북한의 인식을 공식화한 정황으로 풀이될 수 있다. 북한이 한반도 통일은 물론 그동안 주장해온 ‘고려연방제’(연방 정부의 단일국가)를 포기하고 한국과 적대적 공존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북한 노동당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규약을 개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과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을 실현’을 새롭게 채택했다. 당시 중책인 대남담당 비서 직책도 사라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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