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성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이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8일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범행 당시 중령이었던 A씨는 함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여성 중위 B씨를 성폭행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함선 포술장 소령 C씨로부터 여러 차례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다고 A씨에게 보고하고 중절 수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을 빌미삼아 이후 여러 차례 B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신고를 꺼리다가 뒤늦게 신고해 2017년 공소가 제기됐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A씨와 C씨 성폭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는 징역 8년, C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2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여성·인권 단체들을 중심으로 “피해자를 짓밟고 가해자를 엄호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군검찰은 무죄판결이 불복해 상고했다.
이를 심리한 대법원은 지난해 3월 피해자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서까지 A씨의 가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는데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다만 C씨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2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파기환송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 2월 대법원 판단대로 A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날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피해로부터 13년 만에 이뤄진 가해자 중 한 명인 A씨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했다.
공대위는 “두 명의 가해자 중 한 명만 유죄로 인정됐으나 성폭력 피해로부터 13년, 성폭력 피해를 고소한 지 6년 동안 싸워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군 당국은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의 안전한 군 복무를 위해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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