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대화형 인공지능(AI)에 적용될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국가, 지역, 인종, 성별, 나이, 장애 여부 등에 대한 혐오표현은 앞으로 노출 제한이나 삭제 조치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 28일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지난해 8월 출범한 혐오표현심의위원회에서 언론·국어학·사회학·법학 전문가들과 함께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 적용 범위, 회원사와 이용자의 의무, 판단과 조치를 8개월간 숙의해 가이드라인에 담았다”고 밝혔다. KISO는 2009년 출범한 자율규제 기구로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 줌인터넷 같은 포털 사이트와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자 16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KISO는 혐오표현을 ‘특정 속성을 이유로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해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특정 속성’이란 인종, 국가, 민족, 지역, 나이, 장애, 성별, 성적지향, 종교, 직업, 질병을 통칭한다.
KISO는 ▲‘특정 속성’에 대한 표현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 ▲차별 정당화·조장·강화 및 폭력 선전·선동하는 표현의 3가지 요건에 모두 부합할 때 혐오표현으로 판단하게 된다. 혐오표현으로 지정된 인터넷 게시물은 노출 제한, 혹은 삭제 조치된다. 혐오표현으로 판단된 게시물 작성·제작자는 소명하고 재게시를 요구하는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특정 속성을 이유로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해 비하·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하면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아도 같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KISO는 “혐오표현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사용된 맥락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ISO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정무직 공무원처럼 공적인 업무 관련된 표현 ▲공직자·언론사 등 업무에 관한 것으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관련한 정치적 견해에 대한 표현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기타 표현을 혐오표현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승선 KISO 혐오표현심의위원장은 “혐오표현을 정의하는 단계에서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며 “혐오표현에 대해 이용자의 관심이 큰 만큼 적극적인 토론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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