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 “지금 당한 상황인데 거기에 대해서 한마디 문제 제기조차도 하지 못하니까 약점이 잡혀 있나 자꾸 의심이 드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디 가서 한 대 맞았으면 일단 맞은 사실에 대해서는 잘못과 용서를 구해라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합당한 조치를 미국에게 요구하겠다라고 하는 게 맞다”고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또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바로 항의의 메시지가 나왔어야 맞다”며 “문제를 당하고 때린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걸 지적한 사람을 향해서 지금 화를 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안보실 도·감청 논란이 불거지자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고 진화에 나섰다. 야권에 대통령실이 도·감청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고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시즌2’를 보는 것과 같은 발언”이라며 “당시에도 그 발언이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냐, 미국 의회를 향한 것이냐 그리고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이런 걸 이야기하느라고 한참 소모가 됐고 결국 그걸 보도한 MBC를 또 고발하지 않았나. 현재 대통령실이 하는 이 수순들을 쭉 보면 그때랑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국내를 향해 뭔가를 계속 말씀을 하고 계셔서 주파수를 잘못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 언론사에 ’미국의 정찰 위성이 정보전쟁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선 “본인들이 뚫린 게 아니라는 걸 규명하고 싶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했을 당시 독일 정부가 미국에 공식 항의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고 최고위원은 “친구를 스파잉 하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독일은 입장을 냈는데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모양새와 말들을 보면 미국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가”라고 부연했다.
그는 “예전 청와대보다 지금 용산이 더 완벽하게 보안이 되어 있다고 (대통령실이)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저희(문재인 정부)가 광화문으로 청와대를 이전하려고 했었을 때에도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보안 문제였다”며 “주변에 너무 많은 건물들과 사람들의 왕래들이 있기 때문에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저희는 걱정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실제 (대통령실) 바로 옆에 미군 부대가 있고 또 드래곤힐 같은 곳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환경 속에 대통령실이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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