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려 부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60대 남성이 18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될까. 1·2심 법원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면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가운데, 검찰이 재항고하면서 최종 결정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1·2심 법원에서 장모씨(65)에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것에 재항고했다.
장씨는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 39분께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 트럭을 고의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추락시켜 조수석에 탄 부인 김모(사망 당시 45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장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장씨가 8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장씨는 재판에서 사고 당시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험 일부는 아내가 지인과 직접 상담해 가입한 정황도 함께 내세웠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장씨는 200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이후 2017년 충남 서산경찰서 소속 전우상 전 경감이 장씨 가족의 호소를 듣고 사건을 다시 알아보면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 전 경감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고, 수사 과정에 반대되는 전문가 소견이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며 1·2심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이끌어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조현호 지원장)는 지난해 9월 “영장 없이 사고 트럭을 압수한 뒤 뒤늦게 압수 조서를 꾸며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재심 개시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들에 대한 상반된 전문가 감정이 나왔다”며 “원심을 유지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경우에 해당한다”도 했다.
검찰은 사고 당시 장씨가 화물차 앞유리를 직접 제거하고 탈출했다고 보고, 이를 그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교수가 2021년 제출한 법공학 감정서에서는 이 앞유리는 사고 충격으로 인해 파손 및 이탈된 것으로 추정됐다.
1심의 재심 결정에 검찰은 즉시항고했지만 지난달 29일 광주고법 형사1부(박혜선 고법판사)도 “경찰관 3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내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죄가 인정된다”면서 검찰 항고를 기각했다.
2심에서도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자 검찰은 이날 재항고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 측의 항고가 형식적인 불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은 명백하게 재심 사유를 인정했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재심청구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재심 개시가 더는 지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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